내년 국가채무 1068조3000억원 추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첫 50%대
文정부, 5년 내내 확정적 재정 유지
그나마 세수 늘어 증가폭 완화
정부의 확대 재정 기조에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 내년에는 1068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2%의 비중으로 그간의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40%대를 넘기는 것이다.
이 같은 국가 채무는 올해 본예산 때 960조원, 두 차례 추경을 거치며 965조3000억원으로 채무비율 47.3%에 도달하면서 국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심각성이 거론됐고 증가속도 또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타개라는 명목으로 슈퍼예산과 잦은 추경을 통해 돈을 푸는 확대 재정을 일관되게 고수했고 예정대로 나라 빚의 총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 전망치로도 내년 1068조3000억원에서 오는 2023년에는 1175조4000억원, 2024년에는 1291조5000억원, 2025년 1408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가율은 GDP 대비 내년 50.2%에서 3년 후 58.8%로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다.
이는 경제성장률과 세수 등을 감안해 연동시킨 수치로 코로나19 확산과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채무비율은 더 가파른 변수를 보일 수 있다.
정부는 31일 2022년 예산안과 함께 이 같은 중기 재정총량 전망치를 발표하고 단계적인 재정건전성 관리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 예산은 확장적 재정으로 필수소요를 뒷받침하는 선에서 올해보다 8.3% 늘어난 총지출 604조4000억원(8.3%)으로 본예산 기준 사상 첫 600조원을 돌파한다. 지출구조조정을 감안하면 실질 지출 증가율은 11%에 육박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매년 늘어난 본예산과 4년간 9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마지막 5년 차인 내년에는 1000조원 대를 넘어서는 등 채무 부담이 급증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게 된 이유로 내년도에 코로나 위기를 완전히 종식시켜야 되며, 확고한 경기 회복과 신 양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델타변이 확산 등으로 위험요인은 여전히 상존해 있고 백신 접종시기도 늦어짐에 따라 코로나 종식에는 변수가 많을 뿐더러 이에 따른 경기 회복에도 만만치 않은 부가비용이 발생해 단기간에 확장적 재정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치가 있다.
이와 관련해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한편으로는 위기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될 것을 대비해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정건전성 지표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 40% 넘어 50%대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그간 한번도 40%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가 文정부 초기 36%대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40%대를 넘어 내년에는 50%를 넘길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은 신용등급 AA 국가들 대부분이 40% 이하를 유지하고 있어 40%선을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그간에도 재정위기, 속도조절론이 끊임없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비율이라면서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도 국가채무가 주요국보다 훨씬 적게 증가하면서 역성장폭을 최소화화는 등 가성비 높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특수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라도 탄탄해야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지면 국가신인도가 하락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다. 신용유지는 경제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국가신인도 저하에 따른 경제위축은 불가피하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에 쓴 재정은 GDP 대비 3.4% 규모로, 세계 주요 20개국 가운데 15위에 해당한다.
성공적인 K방역을 자랑하면서도 재정확장정책을 펴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재난지원금을 푸는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을 펴면서 지속적으로 풀린 나랏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확인이나 점검도 하기 전에 국채를 또 푸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대전에서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김 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정책의 상당수는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로 고용주는 6개월로 성과를 내기 힘들고 고용원은 6개월 이후의 일자리를 또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안정한 정책”이라며 “최소한 지원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그간의 일자리정책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이 일자리 통계에만 유효했지, 정작 현장에서의 괴리는 챙기지 못한 것으로 특단의 고용정책이 많은 재정이 필요함을 보여준 셈만 됐다.
현재 국가채무 증가속도라면…미래세대에 부담, 신중해야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국가채무 증가와 생산가능인구당(15세~64세) 부담액’ 분석을 통해 최근 5년간(2014~2019년)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연평균 6.3%)가 지속될 경우,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오는 2038년 1억원을 돌파(1억502만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출을 구조조정하지 않을 경우 2030년 75.5%가 되며 2060년에는 158.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관들도 역시 채무 증가속도에 대한 경계를 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매우 우려스럽다는 평가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국가채무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국가 재정만으로는 확장적 기조가 어려워 국채발행을 더 늘려야 되는 상황으로 신중한 재정관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면서 대출을 막아서는 상황에서 국가채무는 맘대로 늘리며 ‘필요하니 국채라도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하는 것도 기본은 아니다. 비상상황에서는 그렇다 해도 지속적으로 강행할 때는 뚜렷한 효과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국채만 느는 것도 아니다. 예산의 확대로 국민들이 내야할 세금의 무게도 커졌다. 정부는 부동산 등 주요 세목을 올리면서 국가 세수가 경기회복으로 개선돼 내년 총수입이 6.7% 증가한 548조8000억원이 될 것이라 했다.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도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개선했다며 의미를 뒀다.
국가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만큼 써야 할 예산이 늘면 세금도 따라 느는 게 당연한 논리다. 그런 측면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살림에 세수 확대를 내세우기보다 짜임새 있는 규모의 지출이 요구된다.
또 국가 채무인 국채발행은 결국 미래세대의 빚으로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을 정부가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정책결정과 판단의 오류로 과도한 빚을 내지 않게 재정준칙 법제화와 체계적인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