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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인력 부족" VS "법조일원화 역행"…판사 임용기준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21.08.29 05:05 수정 2021.08.29 08:42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경력 10년→5년 개정안…30일 본회의 통과 전망

법조계 "10년으로 올리면 판사 임용 줄어…40대에 판사 시작 부담"

"재판은 인생 다뤄 머리 좋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10년 이상 경력·인생경험 필요"

재판부 ⓒ게티이미지뱅크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는 법조 경력 하한선을 더 높이지 않고 현행 5년으로 유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도 판사 인력이 부족해 개정안이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과, 개정안은 법조일원화라는 법원 개혁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법원 등에 판사를 임용하기 위해선 5년 이상 법조인 경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오는 3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관이 될 수 있는 최소 법조 경력은 올해까지는 5년이지만 내년부터는 7년, 2026년부터는 10년으로 늘어난다. 법관 사회의 폐쇄성과 전관예우 등을 개혁하고, 사회적 연륜을 갖춘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경력 요건을 너무 높게 설정한 탓에 판사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판결 ⓒ게티이미지뱅크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사 인력 채용을 위한 풀을 확장하기 위해 개정안 통과가 불가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10년 이상의 경력 법조인이 판사 임용에 도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법관 임용 최소 법조 경력을 7년, 10년으로 하는 경우 우수한 인재가 사법부에 지원할 가능성이 낮다"고 우려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최소한의 법조 경력을 10년으로 한다면 법관을 충원하기 어려워져 재판의 질이 하락하거나 심각하게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법조일원화 시행 전에는 매년 149~175명의 법관이 임용됐지만, 제도가 시행된 2013년 이후 임용 법관 수가 39~111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 경력 10년 차면 검사든 변호사든 대개 자기 영역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판사로 다시 시작할 유인이 별로 없다"며 "임용 기준이 엄격해지면 판사 충원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변호사는 누군가에게 유리한 점을 고민하지만, 판사는 무엇이 더 공정한지를 고민하기 때문에 서로 사안을 보는 시각, 문서 작성, 기록을 보는 법 자체가 아예 다르다"라며 "따라서 법조 경력이 많아도 판사로서 새로 시작하려면 일을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10년 법조 경력을 쌓고 40대에 판사가 돼서 판결문 쓰는 법, 기록 보는 법 등을 배우긴 에너지 소모가 크다"며 "30대 중반 부터는 판사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임용 기준을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법조 경력 5년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이 법조일원화라는 법원 개혁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판사 출신 여상원 변호사는 "앞으로 단독 판사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5년 이하 경력자가 사회적 정의, 공감대에 맞는 판결을 혼자 내리긴 힘들다"며 "판사는 사람 인생을 다루는 재판을 진행하기 때문에 머리 좋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과 인생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법관 임용 경력요건 완화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된 법조일원화라는 법원 개혁의 방향을 되돌리는 퇴행"이라며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사위에 제출했다.


법조일원화(法曹一元化)는 법조인의 재조경력(판검사)과 재야경력(변호사)을 일원화한다는 의미로, 법조경력을 쌓은 변호사자격소지자(변호사, 검사 등)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쉽게 판사를 경력직 채용한다는 뜻으로, 지난 2012년 이전에는 사법연수원수료자 중 성적우수자는 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것이 가능했고 따라서 최상위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법원으로 몰려 법조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일종의 계급을 이루게 됐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판사 수급 문제는 별도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오히려 대형로펌 등이 5년을 기다렸다가 후관 예우를 위해 예비적 법관을 합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고 덧붙였다.


경력보다는 자질이나 전문성 자체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위원은 "임용 요건이 5년이냐 10년이냐 보다는 판사로서 얼마나 자질이 있는지 평가하는게 중요하다"며 "획일화된 경력 기준보다 특허 재판, 이혼 재판 등 판사 임용 과정에서 전문성을 평가해 필요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채용 절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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