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IPO 불패론? 시장 교감이 우선이다 [백서원의 백미러]


입력 2021.08.12 07:00 수정 2021.08.11 14:39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대어’ 크래프톤, 이례적 공모가 하회

공모주 불패론 휘청...청약외면 사태

무리한 자금조달 대신 ‘가치 재평가’

대형 IPO 불패신화가 깨진 가운데 무분별하게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식시장에서 공모주 청약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대형 기업공개(IPO) 불패론이 깨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외면 추세가 심상치 않다. 일단 수익을 내고 보자는 생각에 높은 경쟁률 부담을 감수해가며 청약에 나섰지만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반응이다. 관련 투자 커뮤니티에선 “앞으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인 공모주들은 보이콧을 하자”는 반발이 나올 정도다.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는 이번 크래프톤 IPO에서도 감지됐다. 크래프톤은 상장 첫날인 지난 10일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대어급 공모주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에도 못 미친 건 이례적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흥행에서 모두 참패했다.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받은 다른 중소형 공모주들보다 증거금이 적었다.


최근 공모 시장에선 기업들이 공모가 밴드를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다는 논란이 잇따랐다. 막상 상장된 뒤에는 매도물량 부담 등으로 주가가 예상보다 부진한 경우도 빈번했다. 이러한 주가 흐름은 상장 주관사가 책정한 공모가를 시장에선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주식시장 호황을 방패로 산정한 과도한 공모가격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싼 공모주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냉철해진 시장 분위기에 상장을 앞둔 기업과 주관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IPO를 준비하는 자세 역시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지금 당장의 평가보다 상장 이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전략의 변화마저 감지된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매출 변동성이 큰 사업 실적을 과감하게 제외한 기업들도 나타났다. 시작부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무리하게 높인 공모가는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의 동력을 제한하고 있다. 단기적 투기에 가까운 ‘따상’ 열풍 뒤 많은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쓴맛을 안겼다. 허황된 성장성으로 투자를 바라기엔 이미 공모시장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상장으로 한 번에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는 눈높이를 조금 낮춰 상장한 뒤 재평가를 기대하는 게 건강하다.


항상 시장과 교감하면서 실적으로 가치를 입증하고,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해야 기업에게도 이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