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판 운7 기3이명 대선은 인물, 정책 7에 대진 운 3
최근 여론조사 기준, 압축 4강 후보들 간의 승부 예측
도쿄 올림픽의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
집권 세력과 친정부 언론을 포함한 그 추종자들의 반일적 시각과 태도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이번 올림픽은 마치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해서는 안 될 행사로 우리 국민에겐 비쳤다. 주최국 일본은 죄를 지은 것처럼 돈 들이고 땀 흘려 준비는 준비대로 하면서 욕을 먹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연일 터지는 한국 젊은이들의 ‘애국 투혼’ 괴력에 의한 승전보로 대한민국 국민은 다시 하나가 되고 있고, 반일 감정이나 올림픽 반대 분위기, 보이콧 여론 따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싹 없어졌다. 환호와 감동과 감격의 물결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일본 국민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코로나 불안과 야유, 조롱과 냉대 속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림픽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있는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사람들로부터 노고 위로와 감사의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세상을 달구다 못해 굽는 듯한 무더위에 올림픽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폭염 속에 한쪽 옆에는 올림픽 경기 중계 TV를 켜놓고, 다른 한쪽에는, 극성 정치 관심증 ‘환자’들의 경우, 올림픽보다 열기가 더 뜨거워질 대선 후보들의 가상 대진표를 짜보는 것도 더위를 식히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겠다. 때마침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는 것마다 제각각이어서 박진감(?)을 더한다.
화투판이 운(運)7 기(技)3이라면 스포츠는 운1 기9 정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량이 절대적이고 행운과 불운이 약간 작용한다고 봐서다. 그러면 대선은? 후보의 인물과 정책이 7쯤 될 것이다. 나머지는 운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도 있으니.
이 운에는 상대가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게 포함된다. 올림픽으로 치면 대진(對陳) 운이다. 요즘 선거에서는 진영 대결이 거의 다지만, 그래도 움직이는(부동 하는) 표들은 있다. 이 표들은 지지 후보에 따라, 또 그 후보의 상대에 따라 향방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대진 운이 승패를 좌우하는 비율은 최대 3이다.
먼저, 야권에서 윤석열이 대표 선수가 됐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이들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4강은 윤석열-이재명-이낙연-최재형이다.
야권의 최재형은 요즈음 부상(浮上) 중이라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긴 하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안철수 같은 1~5% 지지율의 군소 후보들을 지금 시점에서 예선 탈락자들로 치부해 버린다면, 그들이 무척 섭섭해할 것이다. 이 글은 최근 여론조사 기준이니 양해 바란다.
하지만, 여권의 이재명과 이낙연은 현재로서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두 사람 외에 집권 민주당의 간판이 될 다른 후보는 사실상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6% 지지율을 보이는 추미애, 김두관, 정세균, 박용진 4명 중에 대역전극으로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5% 이하라고 본다.
윤-명, 즉 윤석열과 이재명 대진은 1년이 넘게 이어져 온 예상이다. 이것이 실제 본선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둘 다 요즘 오르내림이 적지 않다. 두 선수는 네거티브 ‘자산’이 풍부하다는 게 공통적이다.
그러므로 둘이 만나면 서로 안심해 할 구석이 많은 적수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원리라고 할까? 둘 다 상대를 깊숙이 찌르진 못할 것이라는 예상할 수 있다. 잘못 건드리면 누구나 치명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들 둘이 맞붙으면 선거판이 아주 혼탁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지역적인 유불리도 비슷하다. 말을 거침없이 잘하고 공격적인 어법도 둘은 같다.
연령대별 선호도는 막상막하다. 30~50대는 이재명이 우위, 20대와 60대 이상은 윤석열의 표밭이다. 지역적으로는 충청에서 윤석열이, 인천 경기와 호남에서 이재명이 유리하고 서울은 예측불허다. 영남은 이재명의 고향이 안동이지만, 윤석열 표가 더 많아 보인다. 전체적으로는살얼음판 대결이다.
윤-낙, 윤석열과 이낙연의 흥행은 둘의 스타일이 대조적이어서 점치기 어렵다.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낙연은 자신의 ‘지조’를 내세워 윤석열의 ‘배신’과 처가 의혹 등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윤석열은 이낙연의 국무총리 성적표와 선명하지 못하고 소신이 분명하지 않은 언행을 공격 목표로 설정할 텐데, 효과는 미지수다.
지역 기반은 뚜렷하게 갈린다. 윤석열이 아무래도 영남과 충청에서는 우위일 것이지만, 이낙연에게 갈 수도권의 중도와 진보 표를 얼마나 저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윤석열에겐 이낙연이 이재명보다 쉬워 보일 수 있다. 이낙연이 영남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할 것이다.
명-최, 이재명과 최재형은 도덕성과 품격, 정책 공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재형은 인물에게선 만점짜리 후보이므로 정책 면에서 부족한 점이 집중 공격받게 될 것이다. 최재형은 반면 이재명의 약점들을 공략할 것인데, 이 싸움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인품이고 뭐고 소용없이 달려들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역적으로는 둘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영남과 충청에서는 최재형이 약간 우세로 보인다. 최재형이 호남에서(서울, 수도권의 호남 출신 1~2세 포함) 지지를 끌어올리면 호각지세다. 젊은 연령대 지지도에서는 이재명이 최재형보다는 우세다.
낙-최, 이낙연과 최재형 카드는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상상만 하기에도 무척 흥미롭다. 둘 다 이미지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의혹들도 없고 학력, 경력, 인물 면에서 모두 A급들이다. 둘 다 서울대 법대 출신에 각자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역임자로서 한국 대선 사상 이만큼 쟁쟁한 이력서 경쟁이 없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는 영호남이 좍 갈라지는, 김대중-이회창식 선거판의 재현이 걱정된다.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면, 지금까지 실시된 대통령 선거 중에서 가장 점잖고 수준 높은, 초유의 신사적인 한 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모든 대진은 그렇지만 가상에 불과한 것, 네 사람 중 어느 둘이 실제로 격돌하게 될지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이 지나야 알게 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