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최대 임금 인상…미래 특별협약으로 고용안정 발판
기아 파업 찬반투표 앞둬…현대차 합의 기준 재교섭 돌입할까
현대자동차 노사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조는 2015년 이후 최대폭의 임금 인상, 고용 안정안 마련 등의 실리를 챙겼고, 사측은 코로나19 재확산·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상황에서 파업 부담을 덜어냈다.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 소식은 같은 그룹에 속한 기아의 임금협상(임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기아는 현대차 노사 협상이 끝난 뒤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협상을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 노조는 사측에 임협 교섭 결렬을 선언한 상태로 내달 10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28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4만8534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2745명(투표율 88.07%)이 참여해 56.36%에 해당하는 2만491명(56.36%)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가결로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하게 됐다.
사측이 큰 폭의 기본급 인상과 높은 액수의 일시금을 제시한 데다,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 체결을 통해 조합원 고용안정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받은 것으로 비춰진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월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이다.
기본급 인상 규모는 2015년(8만5000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1차 잠정합의안에서 노조가 제시했던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회사가 제시했던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의 합의점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노조가 11년 만의 임금 동결에 합의했던 점이 올해 기본급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교섭에서 노사가 고용 안정안을 마련한 것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다. 노사는 회사의 미래와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한 고민 끝에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은 전동화 및 미래 신사업 전환기 글로벌 생존 경쟁에 적극 대응해 국내공장 및 연구소가 미래 산업의 선도 기지 역할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 확보 ▲부품협력사 상생 실천 ▲고객ᆞ국민 신뢰 강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중앙 쟁대위 속보를 통해 “이번 임금·성과급 지급율은 역대 어느 집행부가 쟁취한 결과물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신산업에 투자되는 61조 재원 울산, 전주, 남양, 아산 등 국내공장에 우선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고용안정 미래협약’을 이끌어 낸 부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은 곧 다가올 기아의 임협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28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노조는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투표 일정을 내달 10일로 연기했다.
통상 현대차와 기아가 기본급 인상·성과급 등 임금성 측면에서는 동일한 수준에 교섭을 타결해왔던 만큼, 기아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우선 현대차 합의 내용을 기준으로 별도요구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교섭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퇴직인원 충원 등을 요구안으로 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