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무주택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토지보상 과정에서 대토보상권을 가진 토지주를 등에 업은 일부 시행사(대토개발업체)들의 탈법 대출이 성행하면서 일부 토지주, LH간 갈등이 커져 논란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에서 대토보상을 적극 홍보하면서도 대토보상권 관련 불법 대출 등 사전거래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대토보상권 불법 전매에 대한 처벌규정을 만들었으나 단속권한이 없어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토보상제란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에서 땅을 수용당한 토지주들에게 정부에서 현금보상 대신 새 개발지 땅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는 토지시장 안정과 원주민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 시행 중에 있다.
2009년 이후 위례, 강남보금자리, 마곡 등에서 대토보상이 진행되면서 토지보상자들의 총 보상금대비 대토보상의 비율은 약 15% 수준이었으나 수년전 보상됐던 수서역세권개발과 고양장항지구에서는 대토보상율이 70~85%까지 올랐다.
이는 정부의 계속된 공공주택지구 지정 및 보상으로 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행사에서 지주들의 권리인 대토보상권을 불법 전매해 사익을 취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지구의 이 같은 불법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대토보상채권의 전매를 금지하는 '토지보상법' 개정과 지난 4월에 대토보상리츠의 현물출자 및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을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보상이 진행 중인 '하남교산' 공공택지지구에서 여전히 이 같은 대토업체의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LH로부터 토지보상 계약 체결 전 대토보상자로 지정된 토지주의 토지를 처분신탁(선신탁)해 토지소유권을 신탁사에 넘긴다. 신탁사가 토지주가 돼 LH로부터 대토보상자로 보상을 받은 후, 신탁사는 이 신탁된 재산 수익권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신탁한 토지주에 지급한다. 정부의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위반한 것이다.
현재 지방세법상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양도행위로 보고 있어 토지주는 대토보상자가 아닌 신탁사에 토지를 양도한 자(단순 수익자)가 된다. 토지주의 대토보상권에 대한 권리는 단순 수익권자로서 채권적 권리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즉, 선신탁한 토지주는 대토보상자가 아닌 신탁사에 처분한 자가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대토보상감면 등 관련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다. 대토업체들은 이 같은 내용을 잘 모르는 토지주를 모집해 신탁을 통해 대출을 진행하고, 이를 토지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교산지구의 경우, LH가 이런 불법행위 주체인 신탁사를 지난 6월 대토보상자로 인정하고 대토보상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불거졌다. 하남교산은 지난 2월 1차 대토보상신청 및 확정 후 5월말까지 1차 대토보상계약을 완료했다. 추가로 이날까지 제2차 대토보상신청을 받고 있다.
문제는 다른 공공택지지구에선 신탁사를 대토보상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단 점이다.
이 같은 위법행위가 수원당수 공공주택지구에서도 발생했으나 해당 지구에선 대토보상자 선정 이후 선신탁한 경우 같은 시행자인 대토보상선정자와 대토보상계약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2019년 2월 LH는 대토보상계약 체결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선신탁한 토지주들은 대토보상채권이 현금전환됐다.
시행사들은 편법 양도행위를 통해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지만, 국토부와 LH는 감시나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행위를 하는 업체 및 지주들에 대한 조사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다른 공공택지지구에서도 이 같은 보상지주에 대한 대토보상권 전매행위가 지속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하남교산지구 뿐만 아니라 장항지구, 과천신도시 등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 등에서도 대토보상권을 대출해 매입하기 위한 시행사들의 토지주 접촉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개발주체인 정부의 택지개발지구의 수익성도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대토보상이 많아지면 사업지의 대토할당분이 늘어나 LH가 최고가 입찰로 더 비싸게 팔 땅이 그만큼 줄어들어서다.
3기 신도시의 한 대토보상 토지주는 "국토부, LH, 국세청 등에서 대토보상 합동단속 등을 통해 현금전환, 세금 부과 등을 진행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주택지구 및 3기 신도시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바른 대토보상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현 대토보상과 관련된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 및 제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