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우리는 쉬고 싶다" 36도 폭염 속 사투 의료진…실효성 없는 서울시 운영중단 권고


입력 2021.07.22 07:54 수정 2021.07.22 08:30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하루 평균 진단 검사 4만6000여건…"줄 서 있는 검사자에게 돌아가세요? 불가능한 얘기"

서울시, 폭염경보 따라 오후 2~4시 운영중단 권고…"모든 선별진료소 의무적 휴식 필요"

전문가 "인력확충 절실…선별진료소 돌아가면서 쉬고 앱으로 운영시간 안내도 한 방법"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의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21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운영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낮 1시 전까지 266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의료진은 방호복과 페이스 실드, 의료용 N9 마스크를 갖춘 채 검체를 채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검사량이 폭증하고, 본격적으로 폭염까지 찾아오면서 선별진료소 의료진의 피로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날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784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보름째 연일 1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선별진료소 업무량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루 평균 진단 검사 건수도 지난달 7000건에서 현재 4만6000여건으로 급증한 상태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는 모두 162곳으로 평일은 오후 9시, 주말은 오후 6시까지 검사소를 연장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폭염 경보에 따라 오후 2~4시 사이 선별진료소의 운영 중단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지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침 자체가 권고사항인데다,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검사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 현장에서는 지침대로 운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폭염에 따라 운영을 중단하라고 권고해도 검사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을 두고 어느 선별진료소가 쉴 수 있겠는가"라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 모든 선별진료소가 의무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일하는 계약근로자 우모(57)씨는 "밀려드는 검사자에 땀을 닦을 틈도 없이 사우나를 하고 나온 것처럼 속옷까지 다 젖었다"며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점심시간이어도 줄 서 있는 분들에게 무작정 돌아가라고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임상병리사 김모(46)씨도 "무더위에 대비해 기능성 티와 반바지를 입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라며 "일을 누군가 대신 해 줄 사람도 없고 검사자도 워낙 많아 혼잡도가 적을 때 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7월부터 오후 6시부터 9시로 연장 근무를 시작한 데다, 주말에도 의료진들이 일하고 있어 피로도가 상당히 많이 쌓여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며 2,000명대 돌파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나온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극한의 피로에 시달리는 의료진의 탈진은 일상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관악구 내 임시 선별검사소에 행정인력으로 지원 나온 40대 여성 공무원 A씨가 폭염에 탈진했다. 동료들과 의료진이 A씨를 발견해 응급처치를 시도했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뒤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모(31)씨는 "코로나19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데 의료진이 더위와 사투까지 벌여야 하다니 힘들 것"이라면서 "여름에 한시적으로 선별진료소가 업무를 중단하더라도 다른 시간대에 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모(28)씨는 "선별진료소마다 휴식 시간이 다르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일률적인 시간대에 의료진이 쉬면 해당 시간대를 피해 찾아 가면 되니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력확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선별진료소가 돌아가면서 쉴 경우 앱으로 운영 시간을 안내해주는 방법이 괜찮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중앙정부가 서둘러 인력을 확충해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혼자 일하는 것보다 10명이 일하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서 "인력을 보충하려면 각 구는 서울시의 도움이 필요하고,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해 결국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하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