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7일 쟁의 행위 확보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
한국GM도 파업 전운…르노삼성은 교섭 중단 '불씨 여전'
현대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업계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쟁의행위(파업) 확보를 위해 일제히 찬반 투표에 나선다.
각사 노조는 올해 큰 폭의 임금인상 및 성과급은 물론, 정년연장과 고용보장 방안까지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은 미래차 전환을 위해서는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합의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합법적 쟁의 권한(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0일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 기간은 오는 12일까지다.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앞서 사측은 지난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을 비롯해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내놨다. 제시안에 따른 총 인상액은 1114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이 기대치 보다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했다. 노조가 요구한 안은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이다.
특히 노조가 강력히 요구해온 정년연장, 해고자 일괄 복직 등의 사안이 빠진 것이 결렬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조는 "여름 휴가 전 타결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는 밝혔지만 노사간 견해차가 워낙 큰 만큼 여름휴가 전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 사안은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64~65세)까지 연장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며 인력수요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 절감이 절실한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정년 연장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1차 제시에 임금은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 성과 일시금은 작년 최종 타결액을 넘어서는 결단을 했다"며 "교섭이 '파행'이 아닌 '동행'의 길로, '투쟁'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경쟁'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노조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3년 연속 무파업 타결은 무산된다.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 하반기에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국GM 노조도 파업권 확보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2021년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결의 찬반투표를 진행중으로, 개표는 오늘(5월) 오후 2시부터 이뤄진다. 노조는 투표 결과를 토대로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외에 통상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성과급(평균 625만원), 격려금 400만원 등 총 1000만원 가량을 일시금으로 요구했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올해 역시 내수 부진으로 흑자전환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임금 지급 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3만31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고, 수출은 2.7% 줄어든 12만1623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쳐 상반기에만 약 4만 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내년 스파크 단종 가능성을 요구하며 물량 확보와 생산 연장을 확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교섭이 중단됐다. 올해 임협은 시작도 못했다.
노사가 올해 초까지 지난해 임단협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경영난 극복을 위한 사측 구조조정 계획(서바이벌 플랜)에 반발한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부분 직장폐쇄로 이에 맞섰다.
사측은 6월 들어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 본격화에 따라 부분 직장폐쇄를 풀고 공장 가동도 2교대 체제로 되돌렸으나, 노조와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완성차 5사 중 노사 분쟁 이슈가 없는 곳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가 유일하다. 쌍용차 노조는 단체협약 교섭 주기를 3년으로 변경하고 지난해 삭감된 임금을 2년간 유지하는 내용의 자구안에 동의한 상태라 올해 교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