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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건설 근로자와 편의점 알바 임금이 같아야 할까


입력 2021.06.28 07:00 수정 2021.06.28 04:5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 커…근로자도 상대적 박탈감

지불능력과 업무특성 고려한 업종별 차등화 이뤄져야

충남 당진시의 한 편의점에 ‘알바(아르바이트) 문의 사절’이라는 손팻말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시간당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고 치자.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일을 택하겠는가,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는 일을 택하겠는가.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 후자를 택할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편한 일은 아니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고된 노동에 비할 수는 없으니.


‘같은 임금’이라는 전제가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의 현실에 가까운 일이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고 업종별로 동일 적용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말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3.9% 올린 1만800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여기에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도 거부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의 ‘하한선’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걸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해서 모든 업종의 임금이 동일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원칙적으로는 건설 근로자와 편의점 알바의 임금을 비교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수준이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2년간 최저임금은 29.1%나 올랐다. 기존 최저임금을 상회하던 업종은 이제 최저임금에 가까스로 맞추는 수준이 됐고, 기존 최저임금에 가까스로 맞추던 업종은 직원을 몇 명 내보내야만 인상된 최저임금에 턱걸이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후 2년간은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4년간 누적 34.8%나 올랐다. 여기에 노동계는 추가로 23.9%로 더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다면 최저임금이 곧 임금 수준을 통칭하는 기준이 된다. 건설 근로자도 최저임금을 받고, 편의점 알바도 최저임금을 받는 상황이 된다.


높아진 최저임금 미만율이 이런 상황을 증명해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5.6%로 역대 2번째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는 바로 전 해인 2019년의 16.5%였다. 경제가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다시 큰 폭으로 오른다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다는 건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 그 수준에 맞추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또한, 최저임금을 이행하더라도 하한선에 겨우 걸치는 경우가 많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수많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물론, 업무강도에 따른 보상 측면에서도 상당한 불공정을 초래한다.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하청업체 등에서 고된 작업을 하는 근로자나 편의점·커피숍 등에서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약한 일을 하는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같은 임금이라면 ‘소프트잡(진입장벽과 업무강도가 낮은 대신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업종)’에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소프트잡 업종은 고용을 줄이고 키오스크 등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소프트잡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율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 숙박음식업 최저임금 미만율은 42.6%, 도·소매업은 18.5%에 달했다.


지금처럼 최저임금은 계속해서 오르고 업종별로 동일 적용된다면 업무강도가 높은 사업장은 인력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소규모 소프트잡 업종은 계속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든 근로자가 어떤 일을 하건 최소 시간당 1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세상. 물론 달콤한 얘기다. 가벼운 알바를 해도 1만원을 받고, 일이 어렵고 힘들어질수록 더 많이 받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 1만원 이상을 받던 이들은 계속 그 돈을 받으며 하는 일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그보다 못한 임금을 받던 이들은 일자리를 잃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9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붙인다. 사용자의 지불능력과 근로자의 업무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최저임금 적용을 이참에 뜯어고치길 기대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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