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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LG·삼성과 배터리 기술격차 커"…노조 내재화 요구 거부


입력 2021.06.24 10:15 수정 2021.06.24 10:3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섣불리 내재화 시도하다 기존 업체 반발로 생산차질·품질문제 봉착 우려"

노조 UAM·로보틱스 국내생산 요구에는 "양산시점 멀어 시기상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배터리와 전기모터,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구동계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가 현재로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내재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동조합 측에 밝혔다. 기술이나 양산 능력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 전문업체들과 격차가 큰 데다 ‘규모의 경제’ 확보도 어려운 만큼, 전문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물량을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24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 측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별도요구안의 일환으로 ‘배터리, 전장부품, 반도체, 신소재 등 주요 부품의 국내 연구 및 생산’을 요구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도 자사에서 직접 배터리 생산을 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주요 부품의 직접 생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고용안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터리 개발, 자체 인력 획득 한계 …연구, 개발, 양산 수행도 역부족"


하지만 사측은 난색을 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은 해당 부품별로 하나의 산업군을 이루고 있을 만큼 고도의 기술 집약체로, 쉽게 사업 진출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사측은 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IT업체, 화학업체들과 각자 고유의 영역을 기반으로 전략적 제휴중인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섣부르게 부품 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업체들의 반발 등으로 생산차질이나 품질문제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배터리 기초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면서 “자체적 인력 획득에도 한계가 분명하고, 연구, 개발, 양산 수행도 역부족”이라고 인정했다.


‘규모의 경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측은 “모터와 배터리는 자동차를 만들기 전부터 존재하던 기술로, 전문 제조사의 경우 소형, 중형, 대형을 모두 만들지만, 우리가 만들 경우 자동차용으로 한정되고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경쟁사들 역시 배터리 등 전장부품의 단독 개발이나 양산보다는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측은 “글로벌 업체 모두 배터리 전문업체와 전략적 제휴로 신제품 개발 및 공급물량을 확보중”이라며 “전장부품은 개별 품목의 기술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문업체간 치열한 경쟁 등으로 동등한 수준의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다만 “수익성과 생산원가가 외부조달보다 월등히 이익이 난다는 증명만 있다면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의 이같은 조심스런 태도는 배터리와 반도체 등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기존 업체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등의 내재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급업체와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부품 수급 차질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 기술이나 양산 내재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된 외부 제품 공급이 끊겨 자체 생산 제품을 사용하다가는 품질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구광모 LG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배터리 3사를 두루 챙긴 것도 이같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기술 내재화도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자체 양산 계획은 없어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독 추진이 아닌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것이었고, 양산 역시 배터리 업체들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등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 3사 등과 협업해 최적의 배터리 적용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세대 전고체 기술 개발 역시 안정성과 주행거리, 충전시간 개선 등 당사 주도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2025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시범양산한 뒤 2027년 양산준비를 거쳐 2030년경에 본격 양산에 착수할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UAM·로보틱스도 국내생산 요구 …사측 "신사업 내용 구체화돼야 논의"


한편,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이나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과 관련해서도 부품과 완성품을 국내공장에서 생산하고 미래사업 추진 내용도 반기별로 노조 측에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UAM은 2030년에나 대량생산이 가능한데, 현행 법·제도와 기술개발 수준, 특허 등 여러 변수와 대중화 속도에 따라 상당한 변화와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양산까지 10년 이상 남아있고 시제품도 없는데 국내공장 생산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고 답했다.


로보틱스 사업에 대해서도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는 단계로, 성장규모 예측이 어려워 생산 논의가 어렵다”면서 “신사업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돼야 노조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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