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세 번째 요양원 ‘골든라이프 서초빌리지’ 오픈
도심 속 편리한 위치조건 ‘눈길’…한 달 새 300명 몰려
“공적제도 기반 성장·안정성 목적…모두를 위한 혜택”
"익숙한 도심에 위치한 집에서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은 인생의 황혼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앞.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가정집과 같은 외관이었다. 요양원이라는 팻말이 없었다면 전원주택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실제 KB서초빌리지는 저층 위주로 형성된 전원마을에 인접한 특성을 고려해 지상 3층 건물로 지어졌다. 공간은 입소자 활용이 비교적 적은 공용공간은 2층 규모의 지하에 배치했다.
위치도 눈에 띄었다. 대개 요양원은 도심과 멀리 있지만 이곳은 남달랐다. 양재 역과 10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도심 속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요양시설이 도심에 위치하기는 어렵다. 도심에 요양원을 지으려면 운영자가 토지와 건물을 모두 소유해야 하는데, 비싼 서울 땅 값이 높은 진입문턱으로 작용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인데다 요양원인 만큼 방역은 철저하게 이뤄졌다. 실제 입주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검사부터 받아야 했다.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기자에게 방문이 허용된 공간은 일부였다. 현재 내부에 입주한 노인분이 9분에 그친 것도 같은 이유다.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 "요양시설이 아닌 집"…외롭지 않은 황혼기
KB손해보험이 세 번째로 개원한 요양원인 KB서초빌리지의 핵심키워드는 '도심 속 가정'이다. KB손보는 노인들의 황금 같은 황혼기를 가족, 친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 도심 속 집에서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부러 요양원을 강남 한 복판에 마련했다.
가정의 느낌을 내려고 내부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입주자가 생활하는 공간인 기쁨채(1층), 사랑채·소망채(2층), 행복채·희망채(3층)는 각각 분리된 한 채의 집처럼 꾸며졌다. 다섯 가정이 모이면 하나의 마을이 된다. 요양원 이름을 '빌리지'로 지은 이유다.
이미숙 KB서초빌리지 원장은 "요양원이 도심에 위치한 만큼 병원, 교통 등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 접근성이 최장점으로 꼽힌다"며 "어르신을 위탁하시는 보호자분들도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적 요건과 시설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더 짙은 가정의 느낌이 들었다. 3층 '희망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동 생활공간인 너른 거실이다. 거실에는 오순도순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큰 식탁과 휴식하기에 충분한 안락의자가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실제로 입주자들은 일상생활 중 재활 프로그램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었다. 거실을 중심으로 삼면에는 방들이 붙어있었다. 마치 가족들과 거실에서 저녁 시간을 함께하다 잠들 때 방으로 돌아가듯 노인들은 수면시간이 되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2016년부터 요양산업에 진출하면서 획득한 KB손보의 노하우는 KB서초빌리지 생활공간, 재활치료실, 프로그램실 등에 녹아있었다. 치매환자가 대부분인 입주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곳곳에 배치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모든 시설들은 호텔에 온 것처럼 느낄 정도로 잘 갈음돼 있었다.
◆보험사가 운영하는 요양원…"수익보단 사회적 의미"
KB서초빌리지에는 입주자를 돌보기 위한 인원도 충분하다. 근무하는 간호사만 7명이다. KB서초빌리지 수용 인원이 80명인만큼 노인 11명당 1명의 간호사가 배치된 셈이다. 노인 35명당 1명의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법적요건을 훨씬 상회하는 인원이다.
치매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한 요양보호사는 41명이나 고용돼 있다. 노인들이 편안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숫자다. 요양원이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춘 만큼 호응도 엄청나다. KB서초빌리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입주 사전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 입주를 희망한 노인만 제한정원인 80명의 4배가량인 300명에 달했다.
KB서초빌리지는 장기요양등급을 보유한 '케어가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입주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 장기요양보험금을 장기요양등급별로 최대 85%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입주자들은 비급여부문인 15%만 내면 된다. 통상적인 본인부담금은 월 195만~305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 금융사 가운데 요양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은 KB손보가 유일하다. 최근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요양산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 보험사 관계자들은 실제로 KB측에 멘토링을 요청하거나 실제로 요양원을 방문해 점검을 하기도 했다.
유복제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은 "일본만 해도 보험사들이 요양원을 설립해 고령화시대에 대비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요양산업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기보단 향후 성장성과 공적제도에 기반한 안정성을 위한 사업인 만큼 모두를 위한 혜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