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규제 철회…이보다 앞서선 종부세·재산세 완화도
대선 앞두고…"시장 불안, 부정적 이미지 중화 목적" 해석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처음으로 철회됐다.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하도록 한 규제가 백지화된 것이다. 시행도 되기 전 규제가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정도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이보다 앞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완화하기도 해 그간 시장과 '강대강' 대치를 벌여온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제기된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뺏다.
해당 방안은 작년 6·17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실제로 살아야만 입주권을 부여해 재건축으로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집값을 잡기는 커녕 집주인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세입자는 하루아침에 방을 빼야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나 재건축 단지는 신축 아파트에 비해 주거 환경이 열악해 전셋값이 저렴하게 공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실거주 의무방안은 시장의 반발 속 백지화됐다. 당정도 일치된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가 그간 부동산 시장과 타협없는 '강대강' 대치를 벌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시장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1달 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완화했다. 이달부터는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최대 60%로 확대했다.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도 부부합산 8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모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규제들이지만, 요 몇 달새 수정되거나 폐지수순을 밟았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규제일변도를 표방해 온 문재인 정부가 결국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마다 족족 실패해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당정도 시장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간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중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 입장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최대한 해소해 정치 쟁점화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시점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 여당의 대권주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정책으로 꼽고 있다. 정부 입자에서도 이젠 규제 완화가 국민들의 정서라고 보고 완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책 기조를 확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지금 정도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