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1%…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
실물경제 깊은 상처…요동치는 환율, 수출 회복 '최대 변수'
우리나라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실물경제에는 당분간 지우기 힘든 깊은 상처가 남게 된 모양새다. 그래도 이제 우리 경제의 엔진인 수출이 반등하면서 회복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요동치고 있는 환율은 앞으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예상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은과 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과거 특별한 경제 위기 때가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그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 내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경험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외환위기 국면이었던 1998년(-5.5%),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80년(-1.7%)뿐이었다.
이처럼 올해 경제 여건이 나빠진 핵심 요인은 역시 코로나19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에 글로벌 무역망이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던 지난해 2분기 수출은 16.1% 급감하며 1970년대 이후 최저까지 고꾸라졌다. 수입 역시 6.7% 줄며 2009년 1분기(-6.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끝내 올해 상반기 수출 성장률은 -1.6%에 머물며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밖에서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부의 경제 활력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내수 시장은 직격탄을 맞은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내 민간소비 성장률은 -4.4%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경제 전반의 성장률인 -0.7%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문제는 내수 부진이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민간소비 성장률이 올해 연간으로도 -4.3%에 그치며 전체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코로나19의 확산 지속으로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보건 리스크에 대한 우려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화 소비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대면 서비스와 국외 소비의 회복은 아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측면은 최근 들어 경제에 서서히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등의 주역은 결국 수출이었다. 지난 3분기 수출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전기 대비 무려 16.0%가 늘었다. 이는 1986년 1분기(18.4%) 이래 최고 증가폭이다. 수입 역시 원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5.6% 확대됐다.
이런 수출 덕에 3분기 경제성장률은 플러스 2.1%로 돌아섰다. 분기 기준으로 놓고 보면 2009년 3분기(3.0%)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1.3%, 2분기 -3.3% 등으로 올해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를 면치 못해 왔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기존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당초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3%로 예상했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에 0.4~0.8%의 성장률만 기록하면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 같은 -1.1%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OECD 37개 회원국 내에서 그나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중국(1.8%)에 이어 2위다.
다만, 약세 기조로 접어든 환율은 향후 수출 흐름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967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 수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수출 기업들은 향후 애로사항으로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1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최근의 달러 약세가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5.8%)'보다 더 큰 우려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다소 혼조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 10월까지는 약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급락했다. 그러다 지난 달 중순 들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소폭 상승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런 와중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양 조치 강화 의지가 동시에 반영되면서 환율 하락은 한층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미 달러화가 단기적으로는 주요국의 코로나19 전개 양상,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관련 논의 등에,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의 통화·재정 정책 방향,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백신 개발 소식은 호재이지만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원화의 강세 지속 가능성이 여전한 점은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 정도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며 "그래도 전반적인 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 수출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