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범여권 중도파 정당인 모뎀(MoDem·민주주의운동) 프랑수아 바이루(73) 대표를 새 프랑스 총리로 임명했다.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지난 4일 의회의 불신임 표결로 축출된 지 9일 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엘리제궁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바이루 대표를 총리로 임명해 정부 구성의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바이루 대표와 2시간 가까이 회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하원이 지난 5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끈 정부가 무너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야권은 대통령까지 국정 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새 총리 임명을 준비해 왔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정부 형태인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을, 의회는 정부 불신임권을 각각 보유한다.
바이루 대표는 자신이 2007년에 설립한 모뎀을 이끌고 있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첫 대선 출마를 지지하면서 그의 중도 동맹 내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당시 바이루 대표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됐지만 모뎀의 유럽의회 기금 횡령혐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자 사임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파리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바이루 대표를 제외한 다른 8명의 모뎀 간부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모뎀도 벌금형을 받았다.
바이루 대표는 앞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보수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맡아 프랑스 국민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2002년과 2007년, 2012년 3차례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그는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6번째 총리이자 올해 들어 4번째로 임명된 총리다. 전임 바르니에 총리는 불과 3개월간 자리를 지키면서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프랑스 의회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정당 없이 여러 당으로 갈라져 정책 등을 놓고 극도로 대립하고 있는 만큼 신임 총리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 정국 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때문에 바이루 신임 총리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각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가 불신임으로 무너진 만큼 새 정부는 또다시 불신임당할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