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의총서 韓 "尹 내란 고백한 것"
친윤계 반발하며 '연단서 내려오라' 요구
尹 탄핵 표결 이후에 내홍 더욱 심화할 듯
한동훈 vs 권성동 구도…'전면전' 될 수도
국민의힘 새 원내사령탑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오름에 따라, 한동훈 대표와 친윤계 간의 당 헤게모니를 둘러싼 다툼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주도권 다툼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권성동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본관에서 당 소속 의원 108명 중 10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과반인 72표를 득표하며 34표를 얻은 4선의 김태호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친윤계인 권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진 엄중한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은 당내 계파 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 첫 원내대표를 맡기도 했던 권 원내대표는 확실한 친윤계 지지를 등에 업었다. 이에 반해 계파색이 옅은 김 의원은 친한계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당 안팎에선 친윤계와 친한계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퇴진 방법론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왔던 만큼,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양쪽 세력 간 큰 격차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원내대표 경선 직전 연단 위에 선 한 대표의 발언에 뒤집히고 말았다.
한 대표는 이날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원내대표 경선 직전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퇴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총장에 도착한 한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담화 내용은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규정했고, 이는 즉각 친윤계의 반발로 이어졌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이냐"라고 따졌다. 임종득 의원 등은 한 대표에게 발언을 중단하고 연단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상휘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의원들이 다들 담화를 들었고 각자 가진 생각이 많다. 대표는 여기에서 주관적인 입장을 말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철규 의원도 "대표의 말은 당의 이야기가 된다. 적어도 의총에서 의원들과 한마디 상의를 하고 그런 결정이나 발표를 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에 맞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지면서 원내대표 경선은 즉각 '계파 간 대리전'으로 비화했다. 한 대표의 강한 발언에 결집한 친윤계가 대거 권 의원에게 표를 던지면서 대리전은 친윤계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경선 전 표 계산을 해보니 많아봐야 3~4표 차이였는데, 윤 대통령 담화와 한 대표의 발언 직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당대표는 친한계, 원내대표는 친윤계라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서 불협화음도 멈추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에서는 한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만큼, 친한계가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진종오·한지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이날 선출된 친윤계 권 원내대표가 꺼낸 "현재로선 탄핵 반대가 당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한 번 정해진 당론을 원내대표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달리 적용할 수 없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당론을 변경할 수 있다"며 친한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당내 시선은 탄핵안 표결 이후로 향하고 있다. 앞서 당 안팎에서 권 원내대표가 경선에 출마한 이유가 탄핵안이 통과할 경우, 한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축출한 뒤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지도부가 중심이 돼 혼란을 헤쳐나가야 하는 마당에 붕괴는 가당치 않다. 모멸적"이라고 일축했지만 당내에선 이날 의총장에서 공개 충돌이 벌어지자, 탄핵안 통과 뒤에는 한 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파상공세를 한동안 전개하다가 결국에는 어떻게든 이 같은 시나리오로 가게 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성국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가결시 한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경태 의원도 '한 대표 사퇴론'과 관련해 "한 대표는 국민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충분히 대표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며 책임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당내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 대표는 계엄을 막았고, 말이 안 통하는 대통령을 상대로 '질서 있는 퇴진'을 약속 받아오기까지 했다"며 "말을 안 지키고 약속을 어긴 건 어디까지나 윤 대통령이지 한 대표가 아니다. 한 대표가 이 상황에 대해 사퇴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소리"라고 말했다.
반대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 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읽었다는 것 자체가 오판을 했다는 것이고 그만큼 대통령과 소통이 안 된다는 것 아니냐. 그 자체만으로도 대표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한 대표가 사퇴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한 대표와 친윤계가 윤 대통령 거취 등을 둘러싸고 향후 치열한 헤게모니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친윤계 입장에선 한 대표 리더십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입장인 것이고, 친한계는 친윤계가 민심을 파악 못하고 대통령을 감싸는 것처럼 보고 있다"며 "결국 양쪽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갖는 상태가 지속되게 됐으니 누가 먼저 확고한 세력을 확보해 우위를 점하느냐가 양 진영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게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