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자재 가격 급등…완성차-배터리사 고정비 부담 커져
각 기업들, 광산 기업 투자 및 소재 기술 내재화 등으로 품질↑비용↓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배터리용 원자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완성차-배터리사들은 높은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원자재 확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각 기업들은 원료 수급부터 배터리 소재 내재화까지 추진해 전기차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새 판 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 증가에 배터리 원료 가격이 급등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리튬 가격은 1만3784달러로 올해 초와 비교해 91.4% 올랐다.
코발트는 63.1% 상승한 5만2500달러이며, 니켈은 18.0% 오른 1만9532달러를 나타냈다. 망간 역시 4.8% 올랐다. 니켈, 코발트, 망간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배터리 원가의 30~45%를 차지한다.
전기차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다 보니 배터리 원료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이 같은 가격 강세는 자동차-배터리사들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자재시장 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배터리 원자재 시장이 10년간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비용 인상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미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영업이익 예상치의 18%인 4400억엔이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으며 혼다는 전망치 보다 38%(2500억엔)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원료비 상승분만큼 배터리 제조비용에 모두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나, 최근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배터리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제품가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일본 파나소닉과 토요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PPES는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내년까지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세계 4위 자동차 회사인 스텔란티스는 자체 개발을 통해 배터리팩 비용을 2024년까지 40% 이상 낮추고 2030년에는 추가로 20%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전기차 가격을 가솔린 모델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가진 뉴 오토(NEW AUTO) 발표회에서 2030년까지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80%에 달하는 전기차에 통합 배터리 셀을 장착해 배터리 비용을 50%까지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치솟는 원가를 잡기 위해 완성차-배터리사들은 앞으로 원자재 구매처를 다양화하고 소재 내재화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최근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와 배터리용 니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의 리튬 채굴 파일럿 플랜트에 참여한다. 원료 개발 단계부터 참여함으로써 안정적인 원자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사 역시 원료부터 소재까지 아우르는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QPM에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했다. 2023년 말부터 10년간 매년 7000t의 니켈과 700t의 코발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을 위해 LG전자의 분리막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차세대 코팅 기술과 LG전자의 생산성 극대화 기술력을 기반으로 분리막 사업을 수 년 내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최근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라인 일부를 자회사 에스티엠에 넘겨 소재 제조 사업을 일원화했다. 양극재 소재 라인에 대한 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SDI는 지난달 27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적으로 전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 주요 소재 안정화를 추진중"이라며 "양극재는 자회사도 있고 JV(조인트벤처) 통해 내재화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주요 공급사와 협력 또는 지분 투자 등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과 동박을 SKIET, SK넥실리스를 통해 자체 생산중이다. 지난 5월엔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중국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 BTR 등과 공동 투자 방식으로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품질과 가격 이점을 모두 갖춘 제조사가 살아남는 싸움으로, 수 년 안에 승자가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원료 조달부터 최종 제품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